호피 무늬의 의상과 선글라스, 여유로운 걸음걸이와 위압적인 풍채. 태산(마동석)에게 겁 없이 대적할 빌런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터널스>의 길가메시,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 등 배우 마동석은 이전에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히어로와 악당에 맞서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관객과 만나왔다. 그중 <트웰브>의 태산은 12간지를 소재로 한 동양적인 슈퍼히어로라는 점에서 신선함을 안긴다. 태산이 상징하는 동물은 호랑이다. 과거 전투에서 희생된 동료 천사들을 마음 한쪽에 묻어둔 채 현재는 남은 8명의 천사들과 정체를 숨기고 인간 세상에 정착한 상태다.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그의 방침이었으나 악당들이 다시금 활동할 기미를 보이자 태산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작품의 기획, 제작, 각본에 참여해온 만큼 배우 마동석은 <트웰브>의 각본 작업 단계에서부터 여러 아이디어를 냈다. 배우 캐스팅부터 액션 스타일 설정까지, 오랫동안 갈망해온 한국의 슈퍼히어로물을 제작하는 만큼 작품 곳곳에 마동석 배우의 구상이 세심하게 담겼다.
- <트웰브>는 마동석 배우가 각본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트웰브> 세계관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언젠가는 동양적인 색깔이 담긴 히어로물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트웰브>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 12지신 모티브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동양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12지신을 아는 아시아 지역과 K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주목받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 각본 작업을 할 때 어떤 것들을 참고했나.
12간지에 관한 여러 책들, 히어로물을 만들 때 필요한 세계관 등에 대한 자료를 주로 찾아봤다. <트웰브>가 판타지 장르인 만큼 세계관을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서 신 바이 신으로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요소들을 제작진과 많이 이야기했다. 여러 사람들과 고민하고 회의를 거친 끝에 얻은 결과와 디테일들을 자연스럽게 각본에 녹여냈다.
- 이주빈, 고규필 등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도 합을 맞춘 배우들과 함께했다. 그 밖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주빈, 고규필 배우를 비롯해 성동일, 박형식, 서인국, 강미나, 성유빈, 안지혜, 김찬형, 레지나 레이 등 이 작품에 참여해준 모든 배우에게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12지신이라는 전설에 기반해 캐릭터가 만들어진 만큼 각 캐릭터에 어울린다고 느낀 배우들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그중 박형식 배우가 맡은 오귀는 난이도가 있는 역할인데 비주얼은 물론 연기적으로도 훌륭히 소화해줬다.
- 마동석 배우가 생각하는 태산은 어떤 인물인가.
태산은 세상을 지키는 호랑이의 천사이자 12천사를 이끄는 리더다. 강인한 외면을 지녔지만 그 내면엔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에 대한 상실감과 책임감이 자리한다. 자신이 가진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팀원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하면서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는 면모도 보인다. 태산의 이미지를 잘 구축하기 위해 헤어스타일과 분장에도 신경을 썼다. 호랑이의 위압적인 이미지에 경쾌함을 더하기 위해 호피 무늬 의상, 선글라스, 헤어 등 여러 요소에 관한 논의를 거쳐 현재와 같은 모습을 완성했다.
- 태산은 인간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더 이상 그들을 돕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인간들을 좋아하고, 그들을 돕고 싶어 한다. 그 이유에 관해 들려준다면.
오래전 태산이 인간에게 크게 실망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량한 인간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악한 인간만을 고객으로 두는 독특한 사채업을 하게 된 것이다. 사랑과 미움 모두 그 근간에는 애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태산은 인간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그만큼 큰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상처보다 더 큰 사랑을 인간에게 받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행동이 아닐까 싶다.
- 태산에게 금순(예수정)은 어떤 존재인가. 그에게만큼은 자신이 천사란 사실을 밝혔는데.
태산이 유일하게 마음을 연 인간이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것이다.
- 복싱 스타일이 돋보이는 액션을 선보인다. 무술팀과 액션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태산이 호랑이를 상징하는 만큼 호랑이 특유의 파워와 민첩성을 녹여낸 주먹 액션을 구상했다. 초인적인 힘을 지녔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액션을 수행할 때도 사실적이고 타격감 있게끔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함께한 무술팀은 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팀인데 태산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액션 스타일을 디자인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12지신을 활용한 <트웰브>의 세계관과 더불어 캐릭터들의 압도적이고 시원시원한 액션을 기대해주기 바란다.
- 차기작 계획은.
할리우드에서 개봉할 예정인 영화 <피그 빌리지>의 막바지 촬영 중이다. 이전과 다른 결의 서사와 세계관을 담은 영화다. 특히 100% 한국 자본으로 한국 스태프들이 만드는 할리우드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CJ ENM, 디즈니+와 함께 <아이 엠 복서>라는 복싱 서바이벌 예능도 촬영하고 있다. <피지컬: 100> <강철부대>의 제작진이 참여했고 프로 복서, 국가대표 복서, 일반 복서들까지 출연해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복싱 코치이자 프로모터로서 마스터 역할로 출연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출처: 씨네21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8188&utm_source=naver&utm_medium=news